중학교 2학년때, 앞자리에 앉아있는 친구의 금테 안경이 좋아보여
잠깐 빌려쓰고는 거울앞에 서서, 처음 보는 어색한 모습을 쭈뼛대며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는데-
"요올- 어울리는데?"
라는 짝꿍(오랜만에 쓰는 단어라 어색)의 한마디.
그 덕분에 멀쩡했던 두눈을 고의로 혹사시켜서 결국엔 맘에드는 안경을 쓰게 되었는데,
나의 꾸준한 변덕 덕분에 안경 개시 3일만에 '아 짜증나'로 돌변하여
평상시에는 안경을 안쓰고 다닌지 벌써 13년째.
내 눈은 이지경
처음보는 사람은 멀리서 판별하기 어렵지만
몇 번 마주친 사람들은 대충 멀리서 shape만으로도 식별 가능한 경지에 이르렀다.
물론, 미간을 찡그린 험악한 인상은 13년간의 선물.
그런데..
내 신체에 이상한 변화가 일어났다 !!
이런게 아니라;
때는 2007년 3월 27일.
그 날 따라 눈이 어질어질 한 것이다.
눈에 뭐가 들어갔나싶어 오른쪽눈을 부비적거리고 있는 순간,
왼쪽 눈만으로 보는 내 주위가 굉장히 클리어하게 잘 보였다. (완벽하진 않지만)
왼쪽 안구 안쪽에 박하사탕을 심어놓은 것 처럼 싸- 한 느낌.
라식값 굳었다!
왼쪽 오른쪽 눈을 번갈아가며 이리저리 쳐다보면서 확인을 했는데,
오른쪽 눈은 시력이 나쁜채로 있는데, 왼쪽눈 시력이 향상되어
양쪽눈으로 뭔가 보려니 평소랑 다르게 핀트가 안맞아서 어지러웠던 것이다.
홍채조절 능력이 회춘하였나?
근 2년간 먹어왔던 홍삼의 능력?
천연 허브가 함유된 Fatigue Fighter의 탁월한 효능?
들뜨고 신기한 마음에 하노스형님과 오후에 안경점에 가기로 했는데-
안경점 가는 길 내내 주위의 건물들과 멀리있는 간판들을 쉽게 읽어내면서
'오오 분명히 좋아졌어!' 라며 연신 소리를 질렀으며,
하노스 형님도 내가 인간 진화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거라며 덩달아 흥분을 해주기도..
XX 안경점 문을 박차고 들어가서는, 현재 내 눈의 상태에 대한 즐거움을 검안사와 나누려는데
듣는둥 마는둥 X무시하며 일단 기계앞에 앉으란다. (당신은 고객의 시력회복이 즐겁지가 않은건가?)
그리고는 '흠흠, 어디 좀 봅시다' 라고는 빨간 레이져를 내 양쪽눈에 번갈아 쏘더니(아흑;)
조그만 종이 쪼가리를 들고 내 앞으로 걸어나온다.
"오오, 어때요? 좋아졌죠?"
"ㅉㅉ.. 글렀어, 투스텝 떨어졌어"
-┏
요는 이렇다.
일정 나이가 되면 시력이 점차 눈치 못챌 정도로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촛점범위가 조금씩 달라진다는데,
그 바뀐 범위가 공교롭게도 내가 평소에 즐겨 둘러보는 거리와 일치한다는 것이었다.
(짜증나서 설명도 제대로 안된다;)
근데 정말 그 말이 맞다면 안경점 방문 이후에도 잘 보여야하는데,
빨간 레이져를 본 이후로 다시 시력이 안좋아진것이다;
다시 이지경;
이 모든 과정을 지켜봤던 하노스 형님은 내가 부끄럽다며 서둘러 회사로 복귀.
저는 거짓말 한게 아니라구요.
모든건 빌어먹을 검안사 탓.
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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