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도 2003년엔가-
꿈에 관한 잡념을 글로 쭉 적어놨던 것들이 생각났다.
정리되지 않은 거친생각들을 적다보니, 실제로 그런 세상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런 생각들을 실제로 정리된 내용과 비쥬얼로 보게되어 반갑다고 해야하나.
개인적인 의문점들이 풀렸던 영화, 인셉션.
설마 놀란 감독과 내가 꿈을 공유했던건 아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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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03년에 끄적였던 글.
이런 생각이 가능했던- 머리가 말랑말랑 했던 때가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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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14
내 경우엔 대개 꿈을 꾸지 않는다.
그보다 정확한 말로는 기억 나는 꿈이 얼마 없다는 쪽이 맞는듯 하다. 게다가 꿈을 꾸더라도, 세수를 하고
아르마니 마니아 에프터 쉐이브 로션을 바르고 있으면, 아까까지만해도 생생했던 꿈이 금새 잊혀지고 만다.
그도 그럴만 한 것이, 만약에 우리가 평소에도 그동안 꾸어왔던 꿈들을 모조리 기억한다면, 어떤것이 현실이고
어떤것이 꿈인지 구분하기도 힘들것이다.
그래도 나는 몇가지 꿈들은 기억하고 있다. 왜냐하면, 꿈을 꾼 직후에 일기장에 대강의 상황을 적어놓았기 때문이다.
일기장에 적힌 꿈들의 정확한 분류기준은 없지만, 아마도 그때의 내가 처해있는 현실 상황과 어떤식으로든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ㅡ라는 기대에 적어놓은 것이다.
그런면에서 며칠전에 꾸었던 꿈은 조금 문제있어 보이는 내용이다.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을만한 행동이었지만, 난 꿋꿋히 해냈었다. Without any blame.
길거리에서 한 여자를 만났다. 눈이 얼만큼 크고, 코가 얼마나 오똑했으며 턱선은 얼마나 갸름했는지, 그녀의 머릿결은 어땠었는지, 그녀의 가슴이 얼마나 예뻤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아주 아름다웠고 단 한번에 내 눈과 마음을 뺏어갈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었으며 그녀를 보는 순간 그녀는 완벽하다는 것을 알았다. 꿈속에서 조차 여자보는 눈은 아주 높은데도 말이다.
그녀 역시 내가 첫 눈에 끌렸고 감정에 못이겨서 내게 키스를 마구 퍼부었다. 그리고 곧장 우리는 결혼을 했고 신혼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내가 샤워를 하고 나온사이에 침대위에 다소곳이 앉아있어야 할 매혹적인 그녀가 없어진 것이다! 나는 급한 마음에 목욕 가운만 걸친채 그녀를 찾으러 밖으로 뛰쳐 나왔다. 그런데 거리 곳곳을 뒤지다가…
길거리에서 한 여자를 만났다. 눈이 얼만큼 크고, 코가 얼마나 오똑했으며 턱선은 얼마나 갸름했는지, 그녀의 머릿결은 어땠었는지, 그녀의 가슴이 얼마나 예뻤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아주 아름다웠고 단 한번에 내 눈과 마음을 뺏어갈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었으며 그녀를 보는 순간 그녀는 완벽하다는 것을 알았다. 꿈속에서 조차 여자보는 눈은 아주 높은데도 말이다.
ㅡ이런식으로 그 날밤엔 수십명의 여자는 만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덕분에 샤워만 수십번 했다.
내가 왜 이런 꿈을 꾸어야 했는지 주변의 타당한 이유는 없는듯 하다.
꿈은 현실과 반대라느니, 꿈은 현실에서의 욕구불만의 표출된 한 형태라느니, 별로 맞는 말 같지는 않아보인다.
근데 신기한건 (적어도 나의)꿈속에도 나름대로의 완벽한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단순히 별이 빛나고 무지개가 등장하는 마냥 반짝거리는 그런 꿈이 아니란 말이다.
꿈속에서 그녀와 마주쳤을때만 해도 그 곳에는 경찰이라는 조직이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같은시각에 누군가가 불이 나는 꿈을 꾸었다면, 사고현장으로 소방관들도 출동했으리라고 본다. 내가 수십명의 여자를 만나더라도 그것과는 상관없이 그 사회 어딘가에는 노동조합이 파업을 주도했을 것이고, 스타벅스의 캬라멜 프라프치노는 여전히 달콤했을 정도로 ‘꿈’이라는 곳의 사회도 자체적으로 나름의 시스템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은 예전에 꾸었던 꿈을 시리즈로 이어서 꿀 때도 있다.)
뭐, 망상이라고 해도 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치부해 버리기엔 무리라고 싶을 정도로 느껴지는 단단한 힘.
현실과는 또 다른 현실 세계. 오로지 잠을 통해서만 출입이 가능한 세계이기 때문에 더욱 그 사회 체제의 순수성이
보존되는 것이다. 아니지. 오히려 어쩌면, 내가 살고있는 이곳이 프로그램화 꿈의 공간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잔인한것 같기도 하고. 흠.
아무튼, 오늘 난 그때 그녀들을 다시 찾아봐야 겠다. 부디 다시 마주칠 수 있으면 좋으련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