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주 가끔씩 확고하다고 믿었던 것들, 혹은 당연하다고 생각 되어서
생각조차 하지 않고 지냈던 것들이ㅡ 나도 남도 모르는 사이에 스믈스믈 진실에서 멀어져
왜곡 되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왜곡이 된 이후에 깨닫게 된다는.

상황을 비관할 것인가, 내 20여년간의 쌓아온 태도의 흔적들을 나무랄 것인가.
신이 운행하는 surroundings와, 그 보다 더 무서운 습관들은 어찌할 수 없음에,
더 이상 바로잡을 여지가 보이지 않자,

'당신이 알아서 해주었으면 해.' 라는 소극적인 플레이로 일관하는 모습.




2.

책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복잡한 인간관계의 굴레의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카자미가 주인공인듯 하지만, 실제로는 스이가 주인공.
사실 누가 주인공이든 관계 없는 내용이긴 하다.

소설의 중반부부터 줄곧 스이와 오토히코의 동반자살에 대한 뉘앙스를-
일부러 미끼 던지듯 툭 던졌으나, 오히려 '에이, 너무 뻔해서 안 그럴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어 재미가 약간 반감.


하지만 빠른 전개와 많지 않은 인물들을 중심으로 사건을 촘촘히 엮어내는 흡입력은 좋았다. 
그리고 역시나, 바나나의 소설은 늘 그렇듯 '죽음'을 소재로 주인공의 '성장'을 다룬다는 걸
다시 깨닫게 된 작품 (그만 써먹을때도 되지않았나)

여하튼, 스이를 보면서 주위 상황에 의연한듯한 밝은 모습을 가졌지만,
내면적으로는 끊임없이 갈등하고 고민하고, 특히나 혼자 있을때는 스스로 무너질 것만 같은 나약한 모습들.
꼭 내 모습 같아서 안스럽기도 하였지만, 책 속의 스이가 제 3의 길로 자신의 살 길을 잘 찾아가는 모습에서,
반대로 내가 더 위안을 삼게된다.

스이는 최소한 '내가 알아서 할게' 라는 태도를 가지고 있거든.




3.

"무언가 눈에 보이지 않는 어두운 것을 적으로 여기고 편지를 쓰고 있는 것 같았다.

둘이 사랑의 절정에서 본 많은 것들, 뜨뜻미지근한 밤의 감촉, 그가 데려다 주는,
아침 노을이 빨간 길에서 잠이 덜 깬 머리로, 택시의 창문으로 내다본 저 오렌지 빛으로 물든
빌딩 가의 아름다움.  그리고 눈물, 뜨거운 손바닥, 그런 것들의 강렬한 냄새를 떠올리게 하고 싶었다."



나 역시 그러고 싶었던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ㅃ^

2007/04/10 22:53 2007/04/10 22:53
Posted by 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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